광고회사 부장서 목공방 심승경

지난 19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강매동. 창고들 옆으로 공방 네 곳도 오손도손 모여 있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6년 전 수제 가구 제작으로 인생 진로를 바꾼 심승경(45) 공방장이 운영하는 ‘빠빠메종 공방’도 이곳에서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가구를 만들고 있다. 공방에 들어서 주인을 찾으니 2층에서 심 공방장과 부인 김혜나(40) 씨가 내려오며 반갑게 맞았다. 심 공방장은 “인터뷰를 하기 전에 머리라도 감으려고 했는데 너무 지저분한 모습으로 비칠까 걱정이 된다”며 웃었다. 부인 김 씨는 “어제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바쁘다”고 거들었다.

심 공방장 머리에 묻어 있는 나무 가루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심 공방장은 광고회사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가 지난 2006년부터 공방을 열어 수제 가구를 만들고 있다. 아내의 부탁으로 난생처음 드라이버 하나로 컴퓨터 책상을 만들면서 심 공방장의 인생 이모작이 시작됐다.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직접 만들면서 작업영역이 싱크대와 욕실 개조로 넓어졌고, ‘집꾸미는 남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제과회사에 근무하던 부인 역시 올해부터는 함께 공방일을 하면서 남편 옆을 지키고 있다.

―빠빠메종이라는 이름이 특이합니다.

“빠빠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아빠라는 뜻입니다. 메종은 프랑스어로 집이라는 뜻이고요. ‘집꾸미는 남자’라고 공방의 슬로건을 잡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보통 집꾸미는 사람은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남자가 집꾸미는 일을 한다고 하면 참신하게 느껴져서 빠빠메종이라고 공방 이름을 정했습니다.”

―광고회사에 다녔다고 들었는데 가구 제작일을 선택한 이유는.

“메이저광고대행사에서 아트디렉터로 10여 년을 일했습니다. 회사 4곳에서 근무했고 부장으로 퇴직했습니다. 광고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은 직업 수명이 짧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능력이 뛰어난 선후배들이 이른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보고 저도 다음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쁜 광고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조직 내에서 부조화도 느끼게 돼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집사람에게 가구를 만들어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방일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제가 만든 책상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줄 기회가 있었는데 칭찬을 받아 그때부터 구체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나름 손재주와 미술에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광고일을 해 감각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인이 반대는 안 하셨는지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먼저 하고 그 후에 목공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집사람도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광고회사 일이 힘든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가구를 만들겠다는 의견에 집사람도 좋아했습니다. 집사람도 집을 가꾸고 꾸미는 것을 좋아했고 제가 만들면 잘 만들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또 제가 가구를 만들게 되면 집사람에게도 가구를 많이 만들어 줄 것이라는 ‘사심’도 있었나 봅니다.(웃음) 지금도 공방을 꾸리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초기에는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까 일이 많지 않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일이 밀리는 편입니다. 손으로 만들다 보니 생각한 것만큼 빠르게 되지는 않습니다.”

―광고일과 비교하면 가구 제작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결과물을 빨리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광고는 제작하고 집행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데 가구들은 스케치를 한 후 마음 내키면 하룻밤에도 만들 수 있어 보람을 훨씬 쉽게 느낍니다.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 역시 마음에 듭니다. 광고는 제 의지보다는 소비자, 광고주, 상사 등의 의지가 많이 간섭이 되는데 가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가구를 만들면 이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찾아 줍니다. 저에게 모든 부분을 위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구 만드는 일은 어떻게 배웠습니까.

“공방을 한 달 다녔습니다. 주문 가구를 제작하는 공방으로 큰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한 달쯤 됐는데 공방장이 이번주까지 나오라고 말했습니다. 거기서 나오면 작업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작업실을 구했습니다.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70년 된 방앗간을 빌려서 시작했고, 2010년에 현재 자리로 옮겼습니다. 일을 배우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1년을 해도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계 사용법만 알려줘도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취미로 목공을 해 보면 성취감이 좋다는 점을 알게 될 것입니다.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건강한 취미입니다. 남자들이 가구를 만들어 가면 집에서 사랑받을 수 있고, 부부가 같이 만들면 화목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습니까.

“영화나 소설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톰과 제리 같은 만화영화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요즘은 외국 자료들이 많습니다. 블로거들이 외국 자료를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만들어보고 싶다거나 디자인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공방 홈페이지에 있는 제품을 원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확인해서 진행하고, 새로운 가구를 주문하면 스케치를 해 고객에게 보여준 뒤 의견 교환을 하고 제작에 들어갑니다. 사진을 직접 보내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구를 완성하는 데 보통은 한 달 정도 걸립니다. 가구를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리는 것은 아니고 주문을 받은 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한 달입니다. 실제 제작에는 한 주에서 두 주 정도 걸립니다.”

―나무는 어떤 종류를 주로 사용하고, 가장 많이 만드는 가구는.

“소나무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소나무는 가격이 저렴한 편인 데다, 가볍고 다루기도 쉽습니다. 가볍고 다루기가 쉽다는 것은 무르다는 의미도 됩니다. 단단해야 하는 제품은 물푸레나무를 사용합니다. 식탁 상판이나 싱크대 상판 같은 곳에 주로 들어갑니다. 물푸레나무는 어린아이들이 포크로 찍어도 흠집이 남지 않습니다. 대신 무겁다는 단점이 있어 가구를 모두 물푸레나무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두께 18㎜, 24㎜ 원목을 가장 많이 쓰고 장식장 뒷면이나 옆면은 원목 합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장 많이 만드는 가구는 집사람의 이름을 딴 ‘혜나 테이블’이라는 식탁입니다. 집에서 쓰기 위해 제일 먼저 만든 가구 중 하나인데 인기가 좋습니다. 문이 달린 컴퓨터 수납장도 많이 나갑니다. 키보드를 넣을 수 있는 서랍이 있고 본체를 넣을 수 있는 문이 달린 공간이 마련된 가구인데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수납이 됩니다.”

―부인도 가구 제작에 소질이 있습니까.

“집사람이 집을 꾸미고 리폼하는 것을 좋아해 홈페이지를 10년 넘게 운영했습니다. 그 과정들을 모은 것을 출판까지 했고 상당히 인기를 모았습니다. 책을 낼 무렵 공방을 열었고, 처음에는 ‘혜나의 남편’으로 더 유명했습니다. 당시는 집사람 회사 생활에 다소 여유가 있었지만 최근 3∼4년간은 바쁘다 보니 홈페이지가 방치됐고 그게 안타까워 함께 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집사람이 제과회사에서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해 이 일에도 꽤 소질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질문을 남기면 답변하는 일은 집사람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 일찍 직업을 바꿨으면 하고 생각했거나 혹시 후회한 적은 없습니까.

“저는 제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빨리 전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던 일과 새로운 일에 서로 연관성이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던 일을 좀 더 계발해야 디딤돌을 딛고 올라가듯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직업은 힘듭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시작해 보면 다릅니다. 제 경우는 취미 생활 형태로라도 준비를 해 왔고 집사람이 운영하던 홈페이지가 있어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직을 하려면 발판이 있어야 합니다. 전혀 색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더 자세히 조사해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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