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연구원에서 캠핑카 판매하는 전재홍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판교IC를 빠져나와 ‘고기리 유원지’ 안내판을 따라 좁은 시골길을 10km 남짓 들어가면 시원한 계곡 옆 공터에 캠핑 트레일러들이 늘어서 있다. 델타링크아시아의 전시 판매장이다. 전재홍 대표는 캠핑장 운영 업체 레트로핏과 캠핑 트레일러 판매 업체 델타링크아시아 등 두 개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캠핑 트레일러는 ‘캠핑 카라반(camping caravan)’ 또는 ‘트래블 트레일러(travel trailer)’가 정확한 명칭이다. 일반 자동차 뒤에 연결해 끌고 다닐 수 있고 내부에는 4명 이상이 잘 수 있는 침대와 부엌·샤워실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한마디로 움직이는 숙박 시설이다. 750kg급 이하는 일반 자동차 면허로 운행할 수 있고 그 이상은 트레일러 면허를 따야 한다. 크기에 따라 가격은 2000만 원대 후반에서 70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모토로라 반도체 엔지니어 그만두고 창업

전 대표는 잘나가던 반도체 제품 분석 연구원이었다. 그는 “모토로라에 계속 다녔다면 안정적 수입과 정형화된 삶을 얻었겠죠. 그러나 ‘내’가 중심이 아닌 ‘회사’가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컸습니다”라고 얘기한다.

그가 처음 트래블 트레일러를 접한 것은 1995년 어학연수로 떠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였다. 야영지에 가득한 트레일러에서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시는 사업적으로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저런 삶도 있구나’라는 막연한 동경만 간직한 채였다. 2000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 어학연수를 가서도 월 1~2회 주말마다 캠핑장을 찾았다.

마침 한국에선 주 5일제 논의가 불붙기 시작한 시점이어서 ‘한국에도 조만간 이런 캠핑카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갖게 됐다. 내친 김에 미국에서 가장 큰 캠핑카 프랜차이즈인 KOA(Kampgrounds Of America)의 일본 지점, 일본 업체 글로벌레저에서 3년 동안 실무 경험을 쌓았다. 영국에서 캠핑장 경영과 관련해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창업 당시 그에게 남은 것은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마련한 빈티지 트레일러 한 대뿐이었다. 지인으로부터 2000만 원,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창업자금 2000만 원을 모아 5000만 원가량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 자금으로 트레일러를 두 대 더 산 뒤 완전히 리모델링해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 촬영용, 아동 복지용, 바(bar)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는데, 단순 렌털·판매가 아니라 사용자 요구에 따른 리폼은 사업자의 아이디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꾸밀 수 있다.

그는 이것을 ‘차별화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평소에는 숙박 시설로 대여하는 렌털 사업을 했다. 트레일러로 하는 펜션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 9월에는 글로벌 트레일러 판매 법인인 델타링크로부터 투자를 받아 델타링크아시아를 창업해 트레일러를 판매하고 있다. 이 또한 처음엔 1인으로 시작했지만 전시장 운영과 트레일러 수리·보수를 맡을 엔지니어를 채용해 현재 전 대표를 포함해 3인 기업이 됐다.

전 대표는 1인 기업을 창업하기 전에 반드시 가족과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전·명분·구체적 플랜으로 가족을 설득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 사업은 ‘꽝’이 될 확률이 큽니다.”

그는 사업 시작 전 스스로 건강검진을 받을 정도로 각오가 대단했다. 그는 “사업을 결심했다면 처음 매출이 적더라도 조바심을 갖지 말고 초심을 지켜라”고 조언했다.

전재홍 대표

1972년생. 수원대 전자재료공학과 졸업. 97년 모토로라 반도체 분석연구원. 2000~2002년 일본 어학연수 및 미국에서 캠핑 가이드. 2003~2004년 영국 런던시립대 국제경제학 석사. 2005년 일본 KOA. 2006년 일본 글로벌레저 2008년 레트로핏 창업(현). 2010년 델타링크아시아 창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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